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컴퓨팅의 ‘제3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아마존, 애플, 구글, 그리고 Facebook 등 4개 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전설적인 벤처자본가 John Doerr가 주장했다. 그는 달변가로도 유명하지만, IT업계의 전환점을 캐치하여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Doerr와 그의 투자회사인 美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KPCB)社는 1980년대의 ‘PC의 시대’에는 컴팩과 Sun Microsystems에 투자했다. 또 1990년대의 ‘인터넷 시대’에는 Netscape와 Symantec, Intuit, 아마존, 그리고 구글의 자금조달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Doerr는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소셜미디어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말 iPhone OS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를 위한 ‘iFund’에 2억달러 규모의 증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10월에는 소셜미디어 사업을 위한 2억5천만달러의 펀딩을 발표했다.
그의 이러한 투자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산업의 성장세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모바일검색 트래픽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트래픽보다 약 50% 증가했다. 또한 Facebook은 현재 5억여명의 이용자 중 1/3이 모바일 단말을 통해 접속하고 있다. 향후 2년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2배로 늘어나면, 모바일 단말에서의 접속률은 두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도 2012년까지 스마트폰 매출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합한 총 PC의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Doerr 조차도 현재의 거대한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아니다. 기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체가 ‘융합(convergence)’ 되고 있는 것이다.
TV와 PC는 오랫동안 ‘융합’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러한 상황을 바꾸고 있다. 버스를 타면서 TV를 보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면서도 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구글, Facebook, 그리고 아마존은 그간의 단순한 ‘유력 기술업체’ 수준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 4개社는 21세기의 ‘뉴스, 엔터테인먼트 및 커뮤니케이션 통합네트워크’의 길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향후 5년 안에 이들은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며,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생활하는 대다수에 관여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저항도 물론 존재한다. 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들은 그들의 영역을 지키려 필사적이지만, 이러한 상품들은 이미 일상재화 되어가고 있다. 영화사, 방송사, 출판사 모두 그들의 콘텐츠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시청자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올드미디어들의 야심이 좌초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인 Terry Semel은 한때 야후를 이러한 ‘신세계’로 이끌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미디어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이 발명되면, 예전의 서비스 방식을 이용하던 사업자들은 기존 시장의 축소에 반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그러나 곧 예전보다 더욱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TV와 비디오카세트가 나올 때 영화가 그러했으며, DVD가 등장했을 때는 영화와 TV가 그랬다.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네트워크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었다.
당시 야후의 판단은 너무 이른 것이었지만,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다만 당시에는 iPhone나 iPad와 같은 혁신을 주도하는 단말이 없었으며, Facebook도 지금처럼 큰 존재가 아니었다. 야후는 Facebook을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혁신의 조각이 거의 갖추어 졌다. 점차 거세지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전세계를 휩쓸 것이다. @ Wired Vision, 2010/10/27